“고액강습 없이도 버클리음대에서 인정받았어요”
- 작성일
- 20-12-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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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강습 없이도 버클리음대에서 인정받았어요"
버클리 음대 오디션 참가해
실력과 자질 인정 받은
화순의 15살·16살 음악인재들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이 지원
학생 88명 참여…40%는 소외계층
“지역에서도 재능 키울 수 있어야”
등록 :2019-06-16 09:15
“그냥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합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너무 기뻐서 울었어요.”
지난 10일 전남 화순에 있는 실용음악교육기관 ‘아트포’에서 만난 열여섯살 소녀 정결은 지난 3월말 미국 버클리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은 순간들이 떠오르자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정결은 지난 2월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버클리음대의 오디션(피아노 부문)에 참가했다. 합격통지서에는 영어가 아직 서투르니 음악·영어 집중 프로그램(MEIP)을 먼저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사실상 정식 입학허가와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버클리 음대는 현대실용음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이다.
결이보다 한살 어린 신원주(15)도 오디션(드럼 부문)에 함께 참가해 심사위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정식 합격통지를 받지는 못했다. 결이와 원주를 만나기 위해 보스턴에서 건너온 버클리음대 입학처 국제담당 책임자인 팀 리도 이날 아트포를 찾았다. 팀 리는 “둘 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실력과 자질을 보여줬다”며 “원주는 단지 나이가 어려 합격통지가 보류된 것이어서, 다시 오디션을 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해진 틀이 있는 클래식과 달리 현대실용음악은 자유분방함과 창의성이 보다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도 정말 실력있는 실용음악 뮤지션은 대도시보다 지방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성공하려면 서울 등 대도시의 좋은 시설에서 유명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이와 원주는 전남에 있는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인 화순에 살고 있다. 대도시 음악학원이나 강사에게 교습을 받은 경험도 전무하다. 이들이 버클리 음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 자신의 재능과 열정과 함께 이들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기업의 예술 후원프로그램이 있었다.
참가비 무료인 대중음악 교실
결이는 7살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7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 음악공부에만 빠져 살고 있다. 아트포의 정회수(43) 대표는 결이의 아버지이자 선생님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정 대표 자신도 기타를 전공한 음악인이다. 결이는 “빠르고 재미있는 노래를 좋아한다”면서 “(여성 천재음악가로 유명한) 일본의 우에하라 히로미 같은 재즈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럼을 치는 원주도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아까워서” 역시 중학교 2학년 때인 지난해 12월 학교를 그만뒀다. 대신 올해 3월 호남신학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지난해 호신대가 주최한 콩쿠르에서 드럼부문 1등을 차지하며, 입학 특전이 주어졌다. 원주는 “재즈드럼을 기반으로 여러 악기를 다룬다”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버클리음대 오디션에는 원주를 포함해 아트포 출신 3명이 함께 도전할 계획이다. 아트포에는 결이와 원주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30여명의 청소년들이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2011년 정회수 대표가 만든 아트포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 공공지원 문화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는 전남복지재단이 씨제이그룹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씨제이 도너스캠프 창의학교 전남(이하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음악 교실의 운영을 맡았다. 대중음악 교실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학생들의 참가비는 무료다.
‘창의학교 전남’으로부터 임대료와 강사비를 지원받아 전문가 멘토들의 지도를 받게 되면서 학생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기존의 곡을 악보대로 연주하던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작사·작곡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결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광주 호남신학대의 피아노 전공 교수로부터 교습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정회수 대표는 “결이와 원주를 포함한 4명이 ‘앙상블’ 팀을 이뤄서 2017년 말 처음으로 4개의 창작곡을 연주하고, 지난해 2월에는 결이 등 2명이 <에스비에스(SBS)방송>의 영재발굴단 밴드스쿨 멤버로 선정됐다”면서 “이 모든 일이 창의학교 전남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결이는 지난해 11월 용인문화재단 주관의 용인재즈패스티벌 콩쿠르에서도 청소년부 2위에 오르고, 올해 <시비에스(CBS)> 전국 실용음악 콩쿠르에서는 일반 대학생과 경쟁해 대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지역사회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화순교육지원청은 아트포를 화순 마을학교로 지정했고, 화순군청은 꿈키움 드림오케스트라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기업 손잡고 지원
창의학교 전남은 도내 다양한 문화분야에서 재능과 끼가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다. 2017년 하반기부터 대중음악·연극·국악 등 3개 분야에서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프로그램 운영기간을 반년에서 1년 단위로 늘리고, 분야도 영화·요리·뮤지컬·국악 등 4개로 넓혔다. 영화는 목포, 요리는 무안, 뮤지컬은 나주, 국악은 광양 등 각기 다른 지역 거점에서 운영하는 것이 특색이다. 창의학교 전남을 운영하는 전남복지재단의 곽대석 대표는 “올해 창의학교 전남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전남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88명이다. 취약계층 출신을 40% 이상 선정했다”고 말했다.
창의학교 전남이 태어나는데 산파 역할을 한 공로자 중 한명은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전남도지사 재직 시절 “전남에서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례를 만들어보자”면서 ‘교육복지’를 강조했다. 그는 전남복지재단이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에 임명되면서, 정작 창의학교 전남이 정식 출범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후임자인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곽대석 전남복지재단 대표는 “전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심한 곳으로, 청년인구 유출은 생산인구 감소→생산력 저하→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창의학교 전남 같은 교육복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창의학교 전남에는 씨제이그룹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씨제이는 이 프로그램에 매년 2억원씩 3년째 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재정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학교 운영 노하우, 강사 역할을 하는 대학생 멘토에 대한 교육, 참여 학생들의 워크숍 행사 때 시설 제공 등 다양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씨제이는 2005년부터 씨제이나눔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씨제이나눔재단의 이용권 사무국장은 “‘교육 불평등으로 가난이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공부방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이와 원주가 버클리음대 오디션에 참가할 때도 씨제이가 재정지원을 했다.
전남도와 씨제이가 만나도록 한 연결고리 역할은 곽대석 대표가 했다. 곽 대표는 사회복지협의회 산하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과 씨제이나눔재단 사무국장을 지낸 사회복지분야의 전문가다. 곽 대표는 전남복지재단 대표를 맡기 시작한 2016년말 구체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찾고 있던 전남 쪽에 창의학교 전남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결국 창의학교 전남을 통해 음악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육복지 철학, 기업의 후원, 지역 내 복지·교육 전문가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전남복지재단은 더 많은 지역 인재를 후원하기 위해 창의학교 전남을 더 키울 계획이다. 곽대석 대표는 “전남 장성의 중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토요일마다 버스를 2시간씩 타고 아트포에 오는 게 너무 힘들어 이번달 초에 아예 화순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더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전남 22개 시군에 각기 특성있는 문화학교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나주에 통합 문화학교를 세우기 위해 폐교도 물색하고 있다. 곽 대표는 “전남과 비슷한 복지재단이 있는 서울·부산·경기·인천·경북·광주·대전·세종 등 8개 광역시도와 특별자치시에 ‘창의학교 전남’ 모델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해당 지자체들의 의지와 보다 많은 기업들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순/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버클리 음대 오디션 참가해
실력과 자질 인정 받은
화순의 15살·16살 음악인재들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이 지원
학생 88명 참여…40%는 소외계층
“지역에서도 재능 키울 수 있어야”
등록 :2019-06-16 09:15
“그냥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합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너무 기뻐서 울었어요.”
지난 10일 전남 화순에 있는 실용음악교육기관 ‘아트포’에서 만난 열여섯살 소녀 정결은 지난 3월말 미국 버클리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은 순간들이 떠오르자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정결은 지난 2월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버클리음대의 오디션(피아노 부문)에 참가했다. 합격통지서에는 영어가 아직 서투르니 음악·영어 집중 프로그램(MEIP)을 먼저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사실상 정식 입학허가와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버클리 음대는 현대실용음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이다.
결이보다 한살 어린 신원주(15)도 오디션(드럼 부문)에 함께 참가해 심사위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정식 합격통지를 받지는 못했다. 결이와 원주를 만나기 위해 보스턴에서 건너온 버클리음대 입학처 국제담당 책임자인 팀 리도 이날 아트포를 찾았다. 팀 리는 “둘 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실력과 자질을 보여줬다”며 “원주는 단지 나이가 어려 합격통지가 보류된 것이어서, 다시 오디션을 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해진 틀이 있는 클래식과 달리 현대실용음악은 자유분방함과 창의성이 보다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도 정말 실력있는 실용음악 뮤지션은 대도시보다 지방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성공하려면 서울 등 대도시의 좋은 시설에서 유명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이와 원주는 전남에 있는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인 화순에 살고 있다. 대도시 음악학원이나 강사에게 교습을 받은 경험도 전무하다. 이들이 버클리 음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 자신의 재능과 열정과 함께 이들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기업의 예술 후원프로그램이 있었다.
참가비 무료인 대중음악 교실
결이는 7살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7년 “음악이 너무 좋아서”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 음악공부에만 빠져 살고 있다. 아트포의 정회수(43) 대표는 결이의 아버지이자 선생님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정 대표 자신도 기타를 전공한 음악인이다. 결이는 “빠르고 재미있는 노래를 좋아한다”면서 “(여성 천재음악가로 유명한) 일본의 우에하라 히로미 같은 재즈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럼을 치는 원주도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아까워서” 역시 중학교 2학년 때인 지난해 12월 학교를 그만뒀다. 대신 올해 3월 호남신학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지난해 호신대가 주최한 콩쿠르에서 드럼부문 1등을 차지하며, 입학 특전이 주어졌다. 원주는 “재즈드럼을 기반으로 여러 악기를 다룬다”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버클리음대 오디션에는 원주를 포함해 아트포 출신 3명이 함께 도전할 계획이다. 아트포에는 결이와 원주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30여명의 청소년들이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2011년 정회수 대표가 만든 아트포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연계 공공지원 문화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는 전남복지재단이 씨제이그룹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씨제이 도너스캠프 창의학교 전남(이하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음악 교실의 운영을 맡았다. 대중음악 교실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학생들의 참가비는 무료다.
‘창의학교 전남’으로부터 임대료와 강사비를 지원받아 전문가 멘토들의 지도를 받게 되면서 학생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기존의 곡을 악보대로 연주하던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작사·작곡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결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광주 호남신학대의 피아노 전공 교수로부터 교습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정회수 대표는 “결이와 원주를 포함한 4명이 ‘앙상블’ 팀을 이뤄서 2017년 말 처음으로 4개의 창작곡을 연주하고, 지난해 2월에는 결이 등 2명이 <에스비에스(SBS)방송>의 영재발굴단 밴드스쿨 멤버로 선정됐다”면서 “이 모든 일이 창의학교 전남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결이는 지난해 11월 용인문화재단 주관의 용인재즈패스티벌 콩쿠르에서도 청소년부 2위에 오르고, 올해 <시비에스(CBS)> 전국 실용음악 콩쿠르에서는 일반 대학생과 경쟁해 대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지역사회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화순교육지원청은 아트포를 화순 마을학교로 지정했고, 화순군청은 꿈키움 드림오케스트라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기업 손잡고 지원
창의학교 전남은 도내 다양한 문화분야에서 재능과 끼가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다. 2017년 하반기부터 대중음악·연극·국악 등 3개 분야에서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프로그램 운영기간을 반년에서 1년 단위로 늘리고, 분야도 영화·요리·뮤지컬·국악 등 4개로 넓혔다. 영화는 목포, 요리는 무안, 뮤지컬은 나주, 국악은 광양 등 각기 다른 지역 거점에서 운영하는 것이 특색이다. 창의학교 전남을 운영하는 전남복지재단의 곽대석 대표는 “올해 창의학교 전남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전남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88명이다. 취약계층 출신을 40% 이상 선정했다”고 말했다.
창의학교 전남이 태어나는데 산파 역할을 한 공로자 중 한명은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전남도지사 재직 시절 “전남에서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례를 만들어보자”면서 ‘교육복지’를 강조했다. 그는 전남복지재단이 창의학교 전남 프로그램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에 임명되면서, 정작 창의학교 전남이 정식 출범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후임자인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곽대석 전남복지재단 대표는 “전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심한 곳으로, 청년인구 유출은 생산인구 감소→생산력 저하→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창의학교 전남 같은 교육복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창의학교 전남에는 씨제이그룹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씨제이는 이 프로그램에 매년 2억원씩 3년째 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재정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학교 운영 노하우, 강사 역할을 하는 대학생 멘토에 대한 교육, 참여 학생들의 워크숍 행사 때 시설 제공 등 다양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씨제이는 2005년부터 씨제이나눔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씨제이나눔재단의 이용권 사무국장은 “‘교육 불평등으로 가난이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공부방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이와 원주가 버클리음대 오디션에 참가할 때도 씨제이가 재정지원을 했다.
전남도와 씨제이가 만나도록 한 연결고리 역할은 곽대석 대표가 했다. 곽 대표는 사회복지협의회 산하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과 씨제이나눔재단 사무국장을 지낸 사회복지분야의 전문가다. 곽 대표는 전남복지재단 대표를 맡기 시작한 2016년말 구체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찾고 있던 전남 쪽에 창의학교 전남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결국 창의학교 전남을 통해 음악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육복지 철학, 기업의 후원, 지역 내 복지·교육 전문가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전남복지재단은 더 많은 지역 인재를 후원하기 위해 창의학교 전남을 더 키울 계획이다. 곽대석 대표는 “전남 장성의 중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토요일마다 버스를 2시간씩 타고 아트포에 오는 게 너무 힘들어 이번달 초에 아예 화순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더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전남 22개 시군에 각기 특성있는 문화학교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한복판에 위치한 나주에 통합 문화학교를 세우기 위해 폐교도 물색하고 있다. 곽 대표는 “전남과 비슷한 복지재단이 있는 서울·부산·경기·인천·경북·광주·대전·세종 등 8개 광역시도와 특별자치시에 ‘창의학교 전남’ 모델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해당 지자체들의 의지와 보다 많은 기업들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순/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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